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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촌놈의 첫 KTX 탑승기(기나긴 여정)...

어제(일요일) 낮 울산에서 가까운 친지의 결혼식이 있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직접 가야 하는 사이이긴 한데, 교통편을 알아보니 춘천에서 울산까지 이동하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일단 시외버스로 춘천에서 울산으로 바로 가는 거나, 

서울을 거쳐 고속버스 타고 가는 거나 둘 다 첫차를 타도 결혼식이 한참 끝나고 나서야 도착하니 버스는 불가능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도 알아봤는데,  

결혼식전에 도착할 수 있는게 딱 한대 있긴 했지만, 

이걸 타려면 춘천에서 새벽 4시 30분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3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지라 처음 가보는 낯선 도시에서 3~4시간을 혼자 때워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데, 

또 다른 문제는 울산에서 김포공항으로 올라오는 비행기 시간이 전혀 맞지 않았다. 

비행 편이 저녁시간대에만 있기에, 김포공항에서 춘천으로 내려오는 시외버스 막차를 탈 수 있는게 없었다. 

그래서 비행기도 패스...


이제 남은 건 KTX 하나뿐이다. 

결혼식전에 도착할 수 있는 KTX는 딱 1대가 있긴 한데, 

이걸 타기 위해서는 춘천에서 ITX-청춘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서 서울역에 도착한 후 KTX 타는 곳으로 가야 한다. 


용산역에 ITX 내리는 시점부터 KTX 출발시간까지는 여유시간은 정확히 32분. 

혹시라도 ITX나 지하철이 연착하기라도 하면, 아주 애매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ITX도 한 번도 안 타봤고 KTX도 한 번도 안 타봤지만 지하철도 마지막 타본 게 어언 20여 년 전이다. 

지하철 어디서 타고, 어떻게 환승하는지 전혀 모르고, KTX 타러 찾아가는 방법도 모르는 상태라서 커뮤니티에 상황 설명하고 초행길인데 제시간 안에 환승하고 KTX 탈 수 있을지 문의해 봤더니, 가능하다 사람도 있지만 불가능할 거란 답변이 더 많았다.  


도전을 해볼까, 그냥 포기하고 축의금만 계좌로 보내드릴까 며칠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서울 사는 사촌 형님께 연락이 왔다. 

결혼식 전날 구미에 볼 일이 있어서 미리 내려가는지라 내려가는 건 각자 내려가더라도 올라올 때는 춘천에 갈 일 있으니 차로 같이 올라가자고... 


내려가는 시간대가 애매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이것저것 알아보시다가 울산이 아닌 동대구로 내려오라고 하신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는 KTX가 그나마 10분 정도 시간적 여유가 더 있어서 이건 충분할 거 같다고... 

동대구역으로 오면 시간 맞춰서 구미에서 동대구역으로 픽업 올테니 같이 울산으로 내려가자고 하신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서 코레일 앱에서 춘천에서 용산역 가는 ITX-청춘과 서울역에서 동대구역 가는 KTX 시간 맞춰 티케팅했다. 


그 후  ITX 용산역에 내려서 지하철 1호선으로 가장 빨리 환승하는 방법, 중간에 지하철 승차 처리하는 방법, 지하철로 서울역에 내려서 KTX 타는 곳까지 가장 빨리 찾아가는 방법 등을 검색해서 

정리되어 있는 블로그들을 정독하고, 유튜브 영상들도 찾아서 수차례 반복해서 외우고 또 외웠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곳이지만 눈을 감아도 경로와 가는 길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비록 환승부터 탑승까지 42분의 여유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초행길 어리버리해서 길 잘못 찾던가, 혹시 연착이라도 되면 낭패니 시간을 아끼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 당일 손흥민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를 보니라 잠은 2시간도 채 자지 못한 채,  4시 30분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준비를 마친 후, 

5시 30분쯤 우티(UT)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그동안 카카오택시만 이용했고, 우티는 처음 사용해 보는데, 50% 할인이라길래 한번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콜을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우티만 기다리다가는 늦을 거 같아서 카카오택시로 콜 했는데, 호출한지 10여 초 만에 바로 택시가 잡힌다. 





 

십여 분 정도 여유 있게 남춘천역에 도착해서, 사진도 찍어보고, 플랫폼 찾아 열차에 탑승했다. 

춘천 살지만 서울 갈 일도 거의 없고, 일이 있어서 버스를 이용했기에 ITX를 처음 타본다. 

기차 자체를 학창 시절 이후론 타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첫 열차라서 그런지, 승객이 별로 없었다. 객차의 1~20%정도만 찬 거 같다. 

덕분에 옆자리 빈 채 편하게 용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 


창밖 경치를 보면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어둡기도 했고, 하필 오늘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어서 날씨가 흐렸기에 창밖 풍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용산역에 내려서 외우고 또 외운 대로 승차 처리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타는 곳 6번까지 일사천리로 이동했다. 

곧 문이 닫히려고 하는 지하철이 한대 있기는 했는데, 서울역까지 가는게 맞는 건지, 이쪽에서 타는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려고 그냥 보냈다. 

지하철 시간대도 미리 알아봤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음 지하철을 타도 시간이 좀 남을 거 같았다. 




 

지하철 타고 서울역에 내린 후 KTX를 타러 가는 길은 정말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하도 많이 봐왔기에 아무런 거침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너무 능숙하게(?) 찾아간지라 KTX 출발시간까지는 20분도 넘게 남아 있어서 오히려 지루했다.^^ 



 

코레일 앱에서 KTX 예매를 했는데, 며칠 전부터 매진으로 나오기에 2시간 남짓 옆에 모르는 사람과 타고 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열차에 오르니 이번에도 승객이 별로 없었다. 대략 2~30% 정도만 찬 거 같았다. 


다음 정차역인 광명에서 사람이 좀 타나 했는데, 타는 사람 거의 없었고 

천안아산, 오송, 대전을 지나도 내가 탄 호차에 두세명 정도 탄게 다라서 동대구까지 정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 KTX가 포항까지 가는 열차였고, 내가 내린 동대구가 마지막 정차역이었는데, 이곳에서도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 열차는 승객 거의 없이 포항까지 갈텐데, 왜 며칠 전부터 매진 처리를 해놨던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탄 열차가 KTX-산천이라서 2대의 열차가 붙어서 가는 건데 한쪽으로 승객을 몰려고(?) 그랬던 건가? 



 

동대구까지 가는 중간중간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었는데, 아직은 비가 크게 내리지는 않았다. 


동대구역에서 내려서 픽업 오신 사촌 형님 바로 만나서 승용차로 울산의 결혼식장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려서 12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다. 대략 1시간 50분 정도 걸린듯하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오래간만에 뵙는 친지들과 인사하고 결혼식 구경하고, 식사하고 2시쯤 예식장에서 출발했다. 

처음 네비 찍었을 때 춘천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왔는데, 한 시간쯤 달려왔지만 여전히 4시간 남았다고 나온다. 

길이 전혀 막히지도 않았는데 왜...? 

아마도 중간에 다른 길로 잘못 들어왔나보다. 네비가 엉뚱한 길을 안내한 건지, 형님이 길을 잘못 들어선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올라갈 때는 일부 구간에서는 빗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불어 겁이 나기도 했는데, 북쪽으로 올라오니 빗줄기가 멈췄다. 

주말 저녁이었지만 길도 전혀 막히지 않았다. 5분 정도씩 두어 번 정체되었던게 다였다. 


충주휴게소에 들려서(원래 경로대로라면 충청도를 거치면 안된다...ㅋ) 간단하게 저녁 때우고 조금 쉬다가 다시 출발해서 춘천 집에 도착하니 7시 50분쯤 되었다. 


하루 동안 차 탄 시간만 10시간이 훌쩍 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장거리 초행길 외출에 긴장도 하고, 차도 장시간 타고, 잠도 못 잤고, 예식장에서 점심 먹으면서 소주도 한 병 마셨더니, 

오래간만에 12시 전에 잠들었고, 간만에 꿀잠을 잤다. 

그동안 심각했던 불면증이 싹 달아났다. 

역시 몸이 피곤하면 잠이 오게 되어 있나 보다. 


춘천... 하루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배가 되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2명으로 나름 청정지역이었던 춘천이었는데, 

오늘 하루 만에 확진자 2명이 추가되어 바로 더블스코어가 되어 버렸다. 

우려했던 대로 2명 모두 영국과 필리핀 등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2명의 이동 동선을 보니 처음에 집에 올 때 빼고는 나름 자가격리 잘 한거 같다. 

덕분에 그간 잠잠하던 긴급재난문자가 몰아서 들어오고 있다. 


춘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해외 입국자로 인한 확진자 증가 추세인데,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자가 격리하지 않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걸 보니 앞으로 확진자 더욱더 늘어날 것만 같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서 아직도 입국금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제발 지금이라도 입국금지 어느 정도 시행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와서 입국금지해봤자 늦었다는 의견이 다수긴 하지만... 


하... 정말 불안해 못 살겠다.

국내산 흑염소 전문점 춘천 거두리 우리흑염소

점심에 어머니 모시고 거두리 우리흑염소에 다녀왔다.

어머니 생신이시라서 고기, 한정식, 오리, 중국음식코스, 흑염소 등 메뉴의 선택권을 어머니께 드렸는데 흑염소를 고르신다.


며칠 전부터 카페와 네이버에서 흑염소집 검색해봤는데,

원산지가 호주산과 국내산으로 나뉜다.

호주산도 맛있는 집 많은거 같고 가격도 국내산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특별한 날이니만큼 국내산으로 먹어보려고 우리흑염소로 갔다.


흑염소전골 15년전 쯤 먹어본게 마지막인거 같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필리핀에서...

음식 크게 가리지는 않지만, 주변에 먹는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거 같다.


단둘이라서 예약하기도 애매하고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 많을까 봐 조금 이른 시간인 11시 30분경 도착했는데,

너무 일찍 가서인지 손님 아무도 없었다.


안내 받은 룸에 자리하고 전골 2인분과 소주도 한 병 시켰다.(전골 1인분 25,000원, 소주 4,000원)


(처음 세팅된 밑반찬 모습)
 

 

(잠시 후 나온 전골 2인분 모습)



 

생각보다는 고기의 양이 적어 보이지만 어머니랑 충분히 맛있게 먹을 정도는 되는거 같다.

당연히 냄새 같은건 전혀 없었고, 들깨가루 잔뜩 넣어 먹으니 국물 더 맛있었고, 

고기도 양념 소스에 찍어먹으니 아주 맛있다.

 

아침 안 먹고 가서 먹기 바빴던지라...

다 끓고 난 다음의 사진은 아쉽게도 찍지 못했다.


다 먹고 볶음밥을 먹을까 했지만 어머니께서 볶음밥 보다는 공기밥 말아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공기밥 1개(1,500원) 시켜서 어머니와 반반씩 먹었다.
 

(메뉴판과 방안 모습)




 

(건물 외관 모습)


 

12시 30분쯤 다 먹고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이날 이곳 먹자골목 자체가 사람이 아무도 없이 텅 빈것처럼 조용했다.

휴가철에 날이 덥기도 하고, 점심 메뉴보다는 저녁 메뉴라서 그런거 같다.

덕분에 어머니와 조용히 식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위치는 거두리 먹자골목 내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보기

고풍스런 한옥 춘천 한정식 '은소반'

어제가 어머니 생신이라서 저녁에 어머니 모시고 둘이서 오붓하게 은소반에 다녀왔다.


지난주부터 한정식집 여기저기 검색해봤었는데,

가장 염두에 둔 게 조용하게 먹고 싶어서 둘이서도 방 이용 가능한 곳 이었다.

이왕이면 분위기도 좋은 곳으로...


몇 곳 추린 곳 중 은소반이 사진상으로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음식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몇 곳의 카페에 문의해봐도 답변이 없거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온라인상의 정보로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만 한다는 거 같아서 그저께 오후에 은소반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


어차피 한정식 음식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가격대는 금반상 25,000원, 은소반 본정식 35,000원, 궁정식 50,000원이고 점심 메뉴 한정인지는 모르겠는데 은반상 17,000원 짜리도 있었다.

궁정식은 너무 비싼듯해서 금반상과 본정식 둘 줄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둘의 차이가 뭔지 전화로 물어봤더니 기본 상차림은 똑같고 본정식에는 회가 한가지 추가된다고 하기에 그냥 저렴한 금반상으로 2인분 예약을 했다.


저녁 6시 예약이었는데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더니 실내나 카운터에 아무도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밖으로 나와 사진 몇 장 찍어봤다.


​은소반 전경


 

은소반 마당


모델은 울 어머니...


사진을 찍고 실내로 들어와도 아무도 없기에 주방에 직접가서 안내를 받았다.

은소반 룸



우리가 예약한 룸이다. 작은 상 한개와 4인용 상 2개가 있는 방인데, 2인만도 사용 가능했다.

에어컨 시원했고 방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복도 마루의 큰 창으로 옆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소반 상차림 


처음 세팅되어 있던 모습.
아... 컵도 있었고 잠시 후 현미녹차가 들어 있는 시원한 물병도 가져다주셨다.


처음으로 들어온 음식


죽과 물김치.

두 번째 들어온 음식


새우, 버섯탕수육, 고기전(?), 해파리냉채, 잡채, 샐러드.



​바로 갈비찜이 추가되었다.


메인 메뉴를 다 먹고 나니 식사가 세팅된다.
전화 문의시 된장찌개가 나온다고 하기에 그냥 찌개와 밥만 나올 줄 알았는데, 반찬 가짓수가 생각보다는 많았다.
조기, 버섯나물, 오징어채무침, 골뱅이무침, 북어무침, 깻잎, 다시마부각, 김치, 가지나물, 전



간장게장도 나왔고...



마지막으로 된장찌개가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와 약과.

다시 은소반 전경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찍어봤다.


​음식들을 대체로 깔끔했고,

식사에 나온 반찬들은 내 입맛에는 조금 짰는데 어머니는 괜찮으신거 같았다.

내가 워낙 간을 안 해서 먹는지라...


한정식 1년에 한 번 정도만 가기에 가격 대비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게 어머니와 단둘이 조용하게 먹을 수 있는 룸이 예약 되는 곳이었기에 이부분에서는 완전히 만족했다.

분위기도 좋았고...

우리가 간 시간에는 손님이 우리 말고 상견례 하는듯한 가족 외에는 없었기에 더욱더 조용하고 좋았다.


그리고 직원분이신지 사장님이신지 모르겠는데,

서빙부터 결재까지 해주시는 분이 무척 친절하셔서 기억에 남는다.


위치는 아래 지도 참고하시면 될 거 같다.

춘천 살아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기 사는 지역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에 서로 자기 사는 지역의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적으며 댓글 놀이를 하곤 했는데,


"전 춘천 살아요."라고 짧은 한 문장의 댓글을 달면 모두들 날 위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결과가 나온 후로는 

"전 춘천 살아요."라고 댓글을 달면 모두들 축하해 주는 분위기다.


내가 사는 춘천이 앞으로도 계속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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