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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잠잘 때 항상 커널형 이어폰을 끼고 잔다.

20여 년을 한아파트에서 쭉 살고 있다. 

처음 입주했을 때부터 방음이 잘 안 되는 아파트였지만 

그간 살면서 층간소음 심하게 느껴 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최근 몇 달간은 층간소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


위층은 주인이 따로 있고 월세를 놓는 집이다.

단기는 아니고 보통 2년 이상 장기로 있는듯한데,

몇 년간 세 들어 살던 가족들이 몇 달 전 이사 나간 후 

2주 정도에 걸쳐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하는지 드릴 소리, 망치 소리로 시끄럽더니 새로운 세입자가 입주를 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젊은 부부인 거 같다고 하는데,

이들 때문에 온갖 종류의 층간소음을 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글로만 보던 층간소음을 요즘 내가 직접 당하고 있자니 미치겠다.


윗집 사람들은 라이프 스타일이 정반대인 사람들인지, 

남들 다자는 새벽 시간에 주로 집에서 활동하는 듯하다.


평상시에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가 밤부터 물소리, 발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내가 침대에 누워 있는 자정쯤이 되면 간헐적으로 쿵쾅거리는 소리, 바닥 긁는 소리 등이 나길 시작한다.


빨래도 항상 밤늦은 시간에 돌리는데, 

다른 집들은 세탁기를 모두 뒤 베란다에 설치했는데, 이 집은 앞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해서

안방에서도 윗집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물소리, 탈수진동이 다 들린다.

특히 여름에 창문 열어 놓고 있으면 그소리는 더욱더...

불행하게도 부지런하기까지 해서 세탁도 거의 매일 한다.

거기에 진공청소기로 청소까지...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인데,

남들 다자는 새벽 시간에 몇 시간씩 항상 누구와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한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파트다 보니 조용한 새벽 시간에 이 소리가 엄청 거슬린다.


가끔은 새벽 4~5시쯤 목놓아 노래를 부르기도 해서 잠에서 깬 적도 있다.

새벽에 한번 잠 깨면 신경 쓰여서 다시 잠도 오지 않고...

하도 짜증 나서 올라가 볼까 했지만, 어머니께서 요즘 세상 무섭다고 그냥 참으라고만 하신다.

하기야 올라가서 말한다고 들을 인간들이었으면 애초에 저렇게 무개념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테지...


그래서 생각해낸게 잘 때 커널형 이어폰을 끼는 거다.

이게 효과가 좋아서 커널형 이어폰을 끼고 잔 후부터는 새벽에 윗집 때문에 잠에서 깬 적은 없다.

하지만 가끔 이어폰을 빼고 자면 역시나 새벽에 대화하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며칠전에는 윗집 화장대 세면대에서 우리 집으로 물이 새는 거 같아서

윗집 사람들이 있는 저녁 시간 이후에 어머니께서 윗집에 올라가서 말을 하려고 벨을 눌렀더니,

그집에 사는 여자가 끝까지 현관문은 열지도 않고 안에서 대꾸를 하기에 그냥 상황 설명만 하고 내려오셨다.

결국 다음날 윗집 원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했고,

며칠 후 윗집 주인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조심스레 층간소음에 대해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윗집 사람들이 젊은 부부인 줄 알고 있었는데,

주인분 말로는 윗집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한다. 

그럼 그 남자는 애인이거나 남자친구인거 같은데 왜 새벽마다 매일와서 그렇게 떠드는지...


윗집 주인에게 말한 덕분인지 그 후로는 새벽에 노래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

여전히 새벽 시간에 떠드는 소리는 난다.


그런데 이게 소리 질러 떠드는 것도 아니고 일상대화나 통화 같은데 

집이 방음이 잘 안 되는 문제로 들리는 거라서 더이상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걸로도 뭐라고 할수도 없고...


그래서 공유기 네트워크 이름에 "새벽엔 제발 자자."라고 소심하게 항의를 해놓았다.

혹시라도 스마트폰 설정하다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뜬 내용을 보게 될 수도 있을거 같아서...

지들도 인간이라면 이거 본다면 신경 좀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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