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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편지의 추억...

국민학교 다닐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던 거 같다. 

각종 성금 내기, 쌀 걷기(불우이웃, 운동부), 폐품 수집, 크리스마스 씰 사기, 위문품 내기, 위문편지 쓰기, 자매결연한 학교 학생과 펜팔 하기 등 


무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걷었고, 

주기적으로 라면 봉지에 쌀을 담아냈고, 

아버지가 결핵협회를 다니셔서 항상 크리스마스 씰을 시트로 가져오시는데도 반장이라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씰을 남들보다 많이 사야 했고, 

해마다 국군장병에게 보낼 위문품을 사서 내고, 위문편지도 꼬박꼬박 써야 했다. 


환경미화라는 명목하에 어머니께서는 주기적으로 학교에 화분 같은 것을 사오셔야 했고, 학생들이 하기 힘든 청소도 대신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굳이 왜 했어야 하나 하는 것들도 많지만, 

그 시절엔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다 하니깐 자연스럽게 따라서 했던 거 같다. 

크게 불만도 없었던 거 같고... 


비합리적이고 귀찮았을법한 것들이 간혹은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자매결연한 학교 학생에게 편지를 썼는데, 여학생에게 사진과 답장을 받고 설레었던 적도 있고, 


위문편지를 수차례 보내도 답장 한번 받아보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답장을 받아보기도 했다. 

우리 반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답장 받은 게 내가 유일했는데, 

답장이 한 번에 그친 게 아니라 수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군인형의 제대 전 마지막 휴가 때는 집까지 찾아오셔서 우리 식구와 같이 저녁도 먹었고 하룻밤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도했다. 

아버지께서는 군인형 가는 길에 차비하라고 조금의 용돈도 주시고... 

군인형이 제대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기는 했지만, 형제자매 없던 내겐 어린 시절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제 모 여고의 일부 학생들이 군인을 비하하고 희롱하는 내용이 담긴 위문편지를 보내서 온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하단 링크 참고)

그 학생들의 주장으론 봉사시간을 인질로 학교에서 쓰기 싫은 위문편지를 강제로 쓰게 했고, 여자에게만 이런 일을 시킨다는 거였는데, 


알고 보니 남학생들도 자매결연한 부대에 위문편지를 보내는 곳이 있고, 

위문편지를 안 쓰면 봉사시간은 안 주는 게 아니라 위문편지를 쓴 사람에겐 봉사시간을 주는 거였다. 

그것도 사전에 신청을 한 희망자들만 쓰는 거였고... 

위문편지 쓰기가 싫었으면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서 시간을 채우면 되는데, 도대체 왜 그따위로 행동을 했을까?


위문편지=봉사활동 점수로 만든 학교 측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위문편지 내용을 본 사람이라면 화가 나는 게 정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특정 연령대의 성별에서는 여학생들의 행동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또 놀랐다. 


어째 세상이 점점 선동과 혐오로 일그러지는 거 같다. 


참고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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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A7%84%EB%AA%85%EC%97%AC%EC%9E%90%EA%B3%A0%EB%93%B1%ED%95%99%EA%B5%90%20%EA%B5%B0%EC%9D%B8%20%EC%A1%B0%EB%A1%B1%20%EC%9C%84%EB%AC%B8%ED%8E%B8%EC%A7%80%20%EB%85%BC%EB%9E%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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