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년 만에 반가운 얼굴을 유튜브에서 봤다.

평상시 즐겨보던 필리핀 교민 유튜브 영상 속에서 어디서 본듯한 필리핀 중년 여성이 나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년 전쯤 필리핀 퀘존의 한인 하숙집에서 몇 달간 머물 때 그 집에서 일하던 메이드다. 


지금은 유튜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이름을 보니 거의 확실해 보였다.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살도 찌고 머리도 희끗희끗한게 많이 늙었지만 분명 그 당시의 모습이 남아 있다. 

마침 그 당시 하숙집 사람들과 모여 찍은 사진이 있기에 비교해 보니 분명 그 사람이 맞는거 같다. 


이 유튜브 채널 초창기 영상부터 지금까지 거의 다 봤기에 

그전 영상에서도 몇 번 나온 걸 봤지만 내가 알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번 영상에서 불현듯 생각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이 친구 나왔던 예전 영상도 다시 찾아보니 남편의 얼굴도 나오는데, 

남편 역시 20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늙고 살이 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 친구가 맞는거 같다. 

이 친구 역시 20년 전에는 내가 머물던 하숙집에서 잠시 드라이버로 일을 하고 있었다. 


예전 영상들을 다시 보다 보니 반가운 마음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커졌다. 

부부가 3자녀들과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나마도 태풍으로 파손이 심해서 한국인 사장이 집을 무료로 수리해 주기도 하고  

암에 걸려서 수술하고 회복하는 장면도 나온다. 수술비 역시 한국인 사장이 해결해 줬다. 


두 부부가 열심히 돈 모아서 나중에 트라이시클 여러 대 사서 사업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동안의 삶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에서 좋은 한국 사장 만나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거 같아서 다행이다. 


20년 전 하숙집에 머물던 4~5개월 정도 본 게 다였었던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이름과 얼굴이 기억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나 보다. 


유튜브에서 이렇게 아는 사람 만나는 거 처음이라 기분이 묘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