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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보청기만 끼시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80대 어머니 청력이 많이 안 좋으셔서 

미루고 미루다 처음으로 보청기 대리점 방문해서 검사하고 

일단 한 달간 무료 착용해 보기로 했다. 


그전에는 대화할 때도 큰 소리로 해야 하고, 

전화 통화할 때도 잘 안 들려서 옆 사람 바꿔주시곤 하셨는데, 


보청기 끼시니 보통 목소리로 대화해도 잘 알아들으시고, 

전화 통화도 문제없이 하신다. 


그전에 안 들리던 작은 소리들도 다 들린다고 하시고, 

예상보다 크게 들리는 소리에 가끔은 놀라기도 하시며... 


그런데, TV소리는 오히려 이전보다 잘 안 들린다고 하신다. 울리고 발음도 잘 안 들리고... 

검색해 보니 TV소리는 기계음이라서 적응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 같다. 


어찌 되었건 보청기 끼시고 잘 들리시니 조금만 더 적응하시면 이젠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보청기를 사용하셔서 그런지, 

오히려 소리가 너무 잘 들리고, 안 들리던 소리들도 들리고 하니 적응이 안 되셔서 정신이 없고 계속 몽롱하다고 하신다. 


첫날은 5시간 정도 착용하고 답답하고 어색하지만 잘 버티셨는데, 

둘째 날은 2시간 정도 끼고 TV를 보시다가 너무 어지럽고 울렁거리신다고 바로 보청기를 빼버리신다. 

그리곤 다시는 보청기 안 끼고 그냥 살던 대로 사시겠단다. 


오히려 보청기 사용하다가 더 큰 병날 거 같다고... 


보청기 끼고 바로 적응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보통은 몇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적응 기간을 가져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불편할 때마다 보청기 대리점 들려서 세팅도 해야 하고... 


이런 거 설명드리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연습하고, 

다음 주에 바로 보청기 대리점 가서 세팅 맞추면 조금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고 설명을 드렸지만 고집을 안 꺾으신다. 


지금 보청기가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보청기 대리점을 가보던가 병원에 가서 맞춰보자고 해도 

이젠 보청기 자체가 절대 싫다고 하신다. 


대화도 잘 못 알아 들으시고, 전화 통화도 제대로 못하면서 계속 이렇게 사시고 싶으시냐고 해도 

그냥 남은 인생 이렇게 사시겠다고 한다. 

보청기 낀 게 꼭 죄인이 수갑찬 거 같이 답답해서 못 버티시겠다고 하셔서 결국 설득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보청기 안 끼셨을 때 본인도 답답하셨겠지만, 나도 정말 많이 답답했다. 

똑같은 말을 크게 몇 번씩 반복해야만 겨우 의사소통이 될 때가 많았으니... 


보청기 끼시니 이런 불편은 해소되는듯했지만, 어머니께서 버티시질 못하신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니 조금만 노력하셨으면 좋겠는데, 


대화도 잘 들리고, 전화 통화도 잘 들리시는 기쁨보다는 

그 몇 시간 동안 느끼셨던 고통이 상당하셨나 보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보청기 적응 못하고 안 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긴 한 거 같다.

그중에 한 분이 우리 어머니셨고...


좀 더 일찍 보청기 해드렸으면 괜찮으셨을까? 하는 후회만 든다. 


며칠 더 설득을 해봤지만 결국 어머니 고집을 꺽지 못하고 바로 보청기 반납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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